안녕하세요! 그로스로그 입니다!😊 🌱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깃허브 학생 인증, 그리고 완주하겠다는 한 줄. 접었던 블로그를 다시 연 세 사람의 첫 글입니다.
성장일지는 멤버들이 2주에 한 번씩 자신의 성장을 기록하는 활동이에요. KNOU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배우는 분들이라, 매 회차 올라오는 글이 정말 다양합니다.
이번 글은 1회차의 두 번째 큐레이션입니다. 지난 기수의 성장일지를 다시 읽어보니, 꾸준히 기록을 남기셨는데 아직 소개해드리지 못한 분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1기부터 다시 읽으면서 그때 담지 못한 글을 하나씩 꺼내고 있습니다.
회차는 그대로 둡니다. 같은 시기에 올라온 글을 함께 놓고 읽어야 보이는 것이 있어서요. 여기는 1기 1회차, 2024년 5월입니다.
01
📷 사진 핵심 3요소는 모다? + 목표, 다짐
정주영 님
첫 성장일지에 목표와 다짐을 적어야 하는데, 그걸 기자회견 형식으로 쓰겠다며 자문자답으로 시작합니다.
개발 이야기가 아니라 사진·영상·편집을 성장일지 주제로 삼겠다고 선언해요. 6월은 라이트룸, 7월은 포토샵, 8월은 프리미어라는 월 단위 계획까지 세웁니다.
그리고 곧바로 첫 주제로 들어갑니다. ISO·조리개·셔터스피드 — 사진의 밝기를 결정하는 세 값이 서로 어떻게 물려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질문과 답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하는 쪽이 꽤 짓궂어요.
자기 글에 자기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여행지 공유 서비스를 만들 생각인데, 기획·디자인·개발·운영을 혼자 다 해볼 작정이라고요. 사진과 영상은 그 서비스에 필요한 능력이라는 겁니다.
취미로 배우겠다는 게 아니라 만들려는 것이 먼저 있고, 거기서 필요한 것을 역산한 계획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글이 다루는 ISO·조리개·셔터스피드는 흔히 노출 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셋이 각자 독립적인 설정값이 아니라, 하나를 건드리면 나머지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라서요.
📐 세 손잡이가 결국 같은 것을 조절한다
세 값이 하는 일은 결국 하나입니다. 센서에 빛을 얼마나 넣을 것인가.
· ISO는 센서가 빛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정합니다. 높이면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찍히지만 노이즈가 낍니다.
· 조리개(F값)는 렌즈 구멍의 크기입니다. 값이 낮을수록 구멍이 커져 빛이 많이 들어옵니다.
· 셔터스피드는 그 구멍을 얼마나 오래 열어둘지입니다. 오래 열면 빛을 많이 받지만, 그동안 손이 흔들리면 사진도 흔들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 값이 서로 교환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는 빛의 양이 두 배가 되는 단위를 한 스톱이라고 부르는데, 세 값 모두 같은 단위로 움직여요.
ISO를 100에서 200으로 올리면 한 스톱 밝아집니다. 셔터스피드를 1/125에서 1/60으로 늦춰도 한 스톱 밝아지고요. 조리개를 f/4에서 f/2.8로 열어도 한 스톱입니다. 어느 손잡이를 돌리든 밝기는 똑같이 변합니다.
그래서 "적정 노출"을 만드는 조합은 하나가 아닙니다. 같은 밝기의 사진을 만드는 설정이 여러 개 있고, 그중 무엇을 고를지가 촬영자의 선택이 됩니다. 밝기는 같은데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셔터를 빠르게 하고 ISO를 올리면 노이즈는 끼지만 움직임이 멈추고, 조리개를 열면 밝아지는 대신 배경이 흐려집니다.
🔵 조리개가 왜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가
글에서 조리개를 홍채에 비유한 대목이 있습니다. 밝은 곳에서는 좁아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넓어지는 그 구조요.
그런데 조리개에는 밝기 말고 부수 효과가 하나 더 붙습니다. 글의 요약이 이걸 짚습니다.
조리개 값 F가 낮을수록 아웃포커싱이 잘된다.
두 줄이 나란히 있는 게 정확합니다. 구멍 크기와 초점 범위는 같은 원인에서 나온 두 결과거든요.
구멍이 작으면 빛이 좁은 통로로만 들어와서, 거리가 조금 달라도 상이 비슷하게 맺힙니다. 그래서 앞도 뒤도 대체로 선명해요. 반대로 구멍이 크면 빛이 여러 각도에서 들어오고, 정확히 초점이 맞은 거리에서만 한 점으로 모입니다. 그 거리를 벗어난 것은 점이 아니라 원으로 번집니다. 그게 배경 흐림이에요.
그래서 인물 사진에는 조리개를 열고, 풍경 사진에는 조입니다. 밝기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 선명하게 남길지 때문입니다. 글이 "내가 집중해서 나타내고 싶은 인물/사물 등을 더 명확하게 표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은 게 이 이야기고요.
🔁 개발에도 같은 모양이 있다
세 개의 손잡이가 있는데 총량이 정해져 있는 구조는 어느 분야에나 있습니다.
캐시를 키우면 조회는 빨라지지만 메모리를 내줍니다. 인덱스를 늘리면 검색은 빨라지지만 쓰기가 느려지고 저장 공간을 먹습니다. 정합성을 강하게 잡으면 데이터는 정확해지지만 응답이 느려져요.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이 잘 안 나오는 이유가 정확히 이겁니다. 어느 쪽으로 돌려도 무언가를 내주게 되어 있어요. 노이즈를 감수하거나, 초점 범위를 포기하거나, 흔들림을 감수하거나.
그래서 이런 구조에서는 "최적값"을 찾는 게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것이 실력이 됩니다. 야간 장노출 사진은 흔들림을 포기하고 삼각대로 그 문제를 옮긴 결과고, 스포츠 사진은 노이즈를 포기하고 순간을 잡은 결과입니다.
📝 원문에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각 항목 끝에 인용 블록으로 두 줄씩 요약을 남겨두셨습니다. 세 개를 나란히 놓으면 트레이드오프가 한눈에 보입니다.
ISO 가 낮을수록 어두운 배경에는 불리
조리개 값 F가 낮을수록 조리개 구멍은 커진다.
조리개 값 F가 낮을수록 아웃포커싱이 잘된다.
셔터스피드가 빠르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셔터스피드가 빠르면 적은 빛을 얻는다.
세 쌍 모두 "유리한 것 하나 + 불리한 것 하나"로 짝지어져 있습니다. 좋은 점만 적은 항목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 배우는 사람이 만든 요약치고 구조가 정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셋을 다시 하나로 묶습니다.
순서가 들어 있습니다. 조명을 먼저 보고 → 셔터와 조리개를 정하고 → ISO는 마지막에 최대한 낮춘다. 셋을 동시에 고민하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한 거예요.
ISO를 마지막에 두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ISO는 빛을 더 받는 게 아니라 받은 빛을 증폭하는 것이라서, 올리면 노이즈까지 같이 커집니다. 실제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셔터·조리개를 먼저 쓰고, 그래도 부족할 때만 ISO를 올리는 게 맞아요.
그리고 부작용을 "사이드이펙트"라고 부릅니다. 사진 글에서 이 단어가 나오는 대목에서, 이분이 어느 쪽 사람인지가 드러납니다.
글의 앞부분에 있는 목표 선언도 같은 방식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세 달에 하나씩, 도구별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순서가 사진 → 사진 → 영상이에요. 라이트룸은 사진 보정, 포토샵은 사진 편집, 프리미어는 영상 편집입니다.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그리고 정지 이미지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순서예요.
또 하나. 1기 활동 기간이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인데, 계획이 정확히 그 기간에 맞춰져 있습니다. "기말시험 끝난 후"라는 조건까지 붙여서요. 커뮤니티 일정과 학사 일정을 둘 다 계산에 넣은 겁니다.
첫 회차에 목표를 적으라고 하면 대개 "열심히 하겠다"나 "많이 배우겠다"가 나옵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다음 회차에 무엇을 쓸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이 글의 계획은 6월 회차에 라이트룸을, 7월 회차에 포토샵을 쓰게 만듭니다. 목표가 곧 목차인 셈입니다.
큐레이터 노트
개발 글이 아니어서 뽑은 게 아니라, 목표를 세우는 방식이 구체적이어서 뽑았습니다.
성장일지 첫 회차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로 끝나는 글이 나오기 쉽습니다. 이 글은 다릅니다. 왜 필요한지(여행지 공유 서비스를 혼자 만들겠다), 무엇을 할지(라이트룸·포토샵·프리미어), 언제 할지(6월·7월·8월), 어디까지 할지가 전부 적혀 있어요.
특히 마지막 항목이 좋았습니다.
달성 기준을 낮게, 그러나 분명하게 잡아두면 중간에 그만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프로처럼"을 목표로 잡으면 3주 뒤에 반드시 좌절하거든요.
그리고 첫 글에서 선언만 하고 끝내지 않은 점도요. 목표를 적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첫 주제를 하나 끝냈습니다. 다음 회차에 이분은 라이트룸의 톤곡선으로 넘어갑니다. 계획대로 갔습니다.
02
🎓 Github 학생 인증 및 무료 제공 서비스
구자용 님
엠파스 시절에 블로그를 열었다가 접고, 여기저기 떠돌다 결국 블로그 자체를 포기했던 분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남긴 첫 기록입니다.
자기 위치를 먼저 규정합니다. 이론에 깊지는 않지만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니, 성장일지에는 개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도구와 서비스 리뷰를 쓰겠다고요.
첫 주제가 GitHub Education 학생 인증입니다. 신청 절차와 서류 심사에서 걸리는 지점, 그리고 인증 후 무료로 쓸 수 있는 서비스 목록을 정리했습니다.
시작하는 문장이 이렇습니다.
워드프레스를 마음에 뒀다가 설치 과정이 귀찮아 포기하고, 결국 벨로그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 여러 번 접어본 사람의 문장이에요.
그런데 바로 다음 문단에서 톤이 바뀝니다. 처음 웹개발을 시작할 때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나뉘지도 않았고, 서버도 직접 구축했고, CI/CD라는 말도 안 썼고, 버전 관리조차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고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좋은 도구가 많아 개발자가 할 몫이 줄었다는 관찰이 따라옵니다.
그 관찰이 곧 이 글의 주제가 됩니다. 도구를 아는 것 자체가 실력이 되는 시대라면, 도구 이야기를 쓰겠다는 거예요.
조금 더 들어가 보면
GitHub Education은 학생과 교육자에게 유료 개발 도구를 무료로 열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름이 깃허브라 깃허브 기능만 주는 것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깃허브가 여러 회사와 맺어둔 혜택을 묶어 전달하는 창구에 가깝습니다.
🎓 학교 메일에서 서류로 바뀐 이유
글이 짚은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학교 메일만으로 판정하던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학교 메일 계정은 졸업 후에도 한참 살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 따라 평생 메일을 주기도 하고요. 그러면 10년 전 졸업생도 계속 학생 혜택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계정을 거래하는 일까지 생기면 파트너사들이 손해를 봅니다. JetBrains나 Azure 입장에서는 실제 학생에게만 주는 조건으로 무료 라이선스를 제공한 건데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거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재학증명서나 학생증을 냅니다. 발급일이 찍혀 있으니 "지금 재학 중"임을 증명할 수 있거든요.
📄 OCR이 한글 서류만 통과시킨 이유
여기서 이 글의 값어치가 나옵니다. 절차가 바뀌었다는 사실만 적은 게 아니라 직접 걸려본 지점을 남겼어요.
영문 서류가 반려된다는 건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오히려 상식적으로는 반대로 생각하기 쉬워요. 미국 회사에 내는 서류니까 영문이 낫겠다고요.
왜 그런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GitHub이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니까요. 글쓴이도 "OCR을 수행하는 것 같은데"라고 짐작으로만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몰라도 이 기록은 쓸모가 있습니다. 심사에 1~2주가 걸리거든요. 영문으로 냈다가 반려되면 그만큼을 날리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원인은 몰라도 "한글로 내면 통과했다"는 사실 하나면 그 2주를 아낄 수 있어요.
기록의 값어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인 규명까지 가지 않아도, 겪은 것을 정확히 적어두면 다음 사람이 같은 벽에 부딪히지 않습니다.
⏳ 인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글의 마지막 문단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두 가지 함정이 들어 있습니다.
첫째, 서비스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건 깃허브가 파트너사들과 각각 맺은 계약이라, 어떤 곳은 학생 인증이 유효한 내내 무료고 어떤 곳은 12개월만 줍니다. 목록만 보고 다 똑같이 무료라고 생각하면, 한창 쓰던 도구가 어느 날 잠깁니다.
둘째, 인증 자체가 만료됩니다. 1~2년마다 갱신 메일이 오는데, 이걸 놓치면 학생 상태가 풀립니다. 그러면 위의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IDE 라이선스가 만료되면 꽤 곤란합니다.
신청 방법만 적고 끝났으면 없었을 정보입니다.
🧰 도구를 아는 것이 왜 실력이 되었나
이 글의 배경에는 한 문단짜리 관찰이 깔려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이 잘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버전 관리 없이 개발한다는 건, 파일 이름 뒤에 _최종, _진짜최종을 붙여가며 관리하고, 누가 무엇을 언제 고쳤는지 아무도 모르고, 잘못 덮어쓰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에요.
배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I/CD가 없으면 사람이 직접 파일을 서버에 올립니다. 빠뜨린 파일이 하나 있으면 서비스가 죽고, 되돌리려면 이전 파일을 다시 손으로 올려야 해요.
지금은 그 일들을 도구가 대신합니다. Git이 이력을 남기고, GitHub Actions가 배포하고, Sentry가 에러를 모아주고, Doppler가 비밀값을 관리합니다. 그래서 글의 결론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무엇을 쓸지 아는 것"이 그 자체로 실력이 됩니다. 같은 문제를 만났을 때 직접 만드는 사람과 이미 있는 것을 가져다 쓰는 사람의 속도 차이가 크거든요. 그리고 그 도구들이 학생에게 무료라면,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더 커집니다.
이분이 성장일지 주제를 도구 리뷰로 잡은 게 그래서 타당합니다. 이론에 깊지 않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어떤 도구가 어떤 문제를 없애주는지는 오래 겪어본 사람이 가장 잘 압니다.
📝 원문에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인증 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분류해서 추천해두셨는데, 목록 자체가 개발 환경을 어떻게 갖출지에 대한 지도처럼 읽힙니다.
개발 도구 Github Copilot IDE에 연동하는 인공지능 챗봇 Jetbrains All Products Pack (정가 1년 $289) Termius 멀티 플랫폼 터미널 프로그램 GitKraken Git GUI 관리 프로그램 GitLens GitKraken이 만든 VSCode 확장 클라우드 Azure Microsoft 클라우드 Digital Ocean 가성비는 좋으나 국내 기준 다소 느림 Heroku 초보자가 접근하기 쉬우나 속도는 느림 시스템 관리 Github Pro Free 대비 CI/CD 추가 제공량 Sentry 오류 트래킹 및 성능 모니터링 Doppler 환경변수(.env) 통합 관리 기타 1Password 비밀번호 관리
클라우드 항목에 단점이 붙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Digital Ocean은 "국내 기준으로 다소 느림", Heroku는 "속도는 느림"이라고요. 무료로 준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한국에서 쓰면 응답이 늦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리전이 해외에만 있으면 왕복 지연이 그대로 체감되니까요.
시스템 관리 쪽 두 가지는 학생 때는 필요를 못 느끼다가 실무에서 반드시 만나는 것들입니다. Sentry는 사용자 화면에서 에러가 났을 때 그 내용을 모아 보여줍니다. 서버 로그만 봐서는 프론트엔드에서 무슨 일이 났는지 알 수 없거든요. Doppler는 API 키 같은 비밀값을 코드 밖에서 관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env 파일을 슬랙으로 주고받다가 사고가 나는 일이 흔한데, 그걸 막는 도구예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JetBrains 하나만 해도 1년 정가가 $289입니다. 과장이 아니에요.
큐레이터 노트
이 글은 5트랙 중 실행 트랙의 좋은 예입니다. 읽고 나서 바로 따라 할 수 있고, 따라 하다 막히는 지점까지 미리 알려주거든요.
무엇보다 자기가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론에 깊지 않다고 스스로 밝히고, 대신 실무 경험에서 나오는 도구 리뷰를 쓰겠다고 선언했어요. 남과 비교해서 부족한 쪽을 메우려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에서 출발한 겁니다.
블로그를 여러 번 접어본 사람이 다시 쓰기 시작할 때 가장 흔한 실패가 "잘 써야 한다"는 부담입니다. 범위를 좁히면 그 부담이 줄어들어요. 실제로 이분은 다음 회차에 이 목록에 있던 Termius를 직접 써보고 리뷰를 씁니다. 첫 글에서 정한 방향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03
🌱 <Growth Log> 성장일지
진한솔 님
426자, 아주 짧은 글입니다.
국비지원 학원에서 "블로그를 써라"는 말을 들었지만, 남들 블로그를 둘러보며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 끝내 포기했었다고 고백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목표 두 줄과 다짐 한 줄을 적습니다. 강의와 교재로 공부한 분량을 정리해 올리겠다는 것, 작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과 그 사이에서 만난 오류를 남기겠다는 것. 그리고 이번엔 완주하겠다는 것.
짧습니다. 인용할 코드도 없고, 설명할 기술도 없어요.
그런데 이 글을 빼면 1회차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 첫 글을 못 쓰게 만드는 것
블로그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쓸 게 없어서"인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이분이 적은 이유가 훨씬 흔해요.
잘 쓴 글을 많이 볼수록 첫 글이 안 써집니다. 참고하려고 남의 블로그를 둘러보는데, 그게 기준을 올려버리거든요. 몇 년째 쓰고 있는 사람의 글과 아직 한 편도 안 쓴 자기 글을 비교하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칩니다. 블로그는 마감이 없습니다. 오늘 안 써도 아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한 다음에"가 무한히 미뤄집니다.
성장일지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건드립니다. 2주에 한 번이라는 마감이 생기고, 다른 회원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쓰고 있다는 게 보이니 기준도 현실적으로 내려옵니다. 이분이 "이번에 Growth Log에 참여하면서 블로그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적은 게 그 이야기예요.
📌 다짐은 어떻게 검증되는가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첫 회차에 이렇게 적힌 다짐은 사실 흔합니다. 저희도 매 기수 첫 회차마다 비슷한 문장을 여러 개 읽어요.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끝나고, 어떤 것은 지켜집니다. 읽는 시점에는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기가 끝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확인할 수 있어요.
| 회차 | 진한솔 님이 올린 글 |
|---|---|
| 1회차 | <Growth Log> 성장일지 (이 글) |
| 2회차 | Java를 사용해보자 |
| 3회차 | 스프링부트 쇼핑몰 프로젝트 1 |
| 4회차 | 스프링부트 쇼핑몰 프로젝트 2 |
| 5회차 | 스프링부트 쇼핑몰 프로젝트 3 |
| 6회차 | 스프링부트 쇼핑몰 프로젝트 4 |
| 7회차 | 스프링부트 쇼핑몰 프로젝트 5 |
일곱 회차를 전부 채웠습니다. 그리고 3회차부터 마지막까지 다섯 편이 하나의 연재입니다. 프로젝트 설정에서 시작해 쿼리 메소드, @Query 어노테이션, 타임리프 화면까지 순서대로 이어져요. 중간에 끊긴 회차가 없습니다.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었는데"라고 쓴 사람이, 그 다짐을 적은 다음 회차부터 다섯 편짜리 연재를 시작해서 끝냈습니다.
🔗 연재가 완주에 유리한 이유
그런데 이게 의지력만의 문제였을까요. 목록을 다시 보면 구조가 하나 보입니다.
3회차부터 7회차까지가 하나의 연재입니다. 매번 새 주제를 고른 게 아니라, 교재 한 권을 순서대로 따라간 거예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주제를 매번 새로 고르면 2주마다 "이번엔 뭘 쓰지"라는 질문을 마주합니다. 그 질문에 답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글 쓰는 것 못지않아요. 그리고 마땅한 답이 안 떠오르는 주가 반드시 옵니다. 바쁘거나, 새로 배운 게 없거나, 배운 게 있어도 글로 쓸 만큼 정리가 안 된 주요.
연재는 그 질문을 없앱니다. 지난번에 멈춘 자리가 이번 회차의 주제니까요. 진한솔 님의 각 편 끝에 "다음 시간에는 ~를 진행해보겠습니다"가 붙어 있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음 회차 제목이 이미 정해져 있는 거예요.
교재를 고른 것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목차가 이미 있으니 어디까지 왔고 얼마나 남았는지가 보이고, "여기서 그만두면 중간에 끊긴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혼자 주제를 정해 쓰면 언제 그만둬도 그냥 안 쓴 것이 되지만, 연재는 3편에서 멈추면 미완성이 됩니다.
1회차 다짐에 적힌 "끝까지 완주하는 성과"라는 말과, 3회차에 교재 연재를 시작한 선택은 아마 이어져 있을 겁니다. 완주하고 싶은 사람이 완주하기 쉬운 형태를 고른 것으로 보여요.
📝 원문에서는 이렇게 적습니다
목표가 두 줄입니다.
- 작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 발생하는 오류 등 다양한 상황을 정리해서 올린다.
이 두 줄이 이후 여섯 편의 목차가 됐습니다. 2회차 자바 정리가 첫 번째 줄이고, 3회차부터의 쇼핑몰 프로젝트가 두 번째 줄이에요. 적어둔 대로 갔습니다.
두 번째 줄에 붙은 "발생하는 오류 등 다양한 상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처음부터 잘 되는 것만 쓰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막힌 것도 쓰겠다고 범위에 넣어뒀습니다. 이렇게 정해두면 일이 잘 안 풀린 회차에도 쓸 거리가 있습니다. 잘 안 된 2주가 공백이 되지 않아요.
목표를 두 줄로 좁힌 것도 그렇습니다. 넓게 잡으면 매번 "이번엔 뭘 쓰지"부터 정해야 하는데, 두 칸만 있으면 둘 중 하나를 채우면 됩니다.
큐레이터 노트
426자짜리 글을 큐레이션에 넣는 게 맞는지 저희도 한참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넣는 게 맞다"였어요.
저희가 글을 고를 때 두는 기준 하나가 "짧다는 것은 제외 사유가 아니다"입니다. 판단 기준은 길이가 아니라 남는 게 있는가니까요. 이 글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다짐입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여섯 편이 이 글을 증거로 만듭니다.
성장일지라는 활동의 값어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만 보면 알 수 없는 것이, 이어서 보면 보입니다. 완주하겠다는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 문장이 지켜졌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어야만 확인됩니다.
그리고 그 확인은 본인에게 가장 크게 남습니다. 2년 전에 "원래 중간에 포기했었다"고 적어둔 사람이 지금 자기 글 목록을 보면, 거기에 답이 있으니까요.
💡 세 편을 겹쳐 읽으며
세 글은 주제가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는 카메라, 하나는 개발 도구, 하나는 다짐뿐이에요. 그런데 첫 문단이 셋 다 같은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세 분 다 블로그를 한 번 접었던 사람입니다.
구자용 님은 엠파스로 시작했다가 접고 떠돌다 포기했고, 진한솔 님은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끝내 포기했고, 정주영 님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뒤에 네이버로 옮기려다 귀찮아서 실패한 블로그를 다시 꺼냈습니다. 셋 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번엔 다시"입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첫 글에서 한 일이 같습니다. 무엇을 쓰지 않을지를 먼저 정했어요.
정주영 님은 개발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구자용 님은 이론을 쓰지 않겠다고 했고요. 진한솔 님은 강의 정리와 프로젝트 기록만 쓰겠다고 범위를 두 줄로 좁혔습니다.
이게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접어본 사람은 왜 접었는지를 압니다. 쓸 게 없어서가 아니라, 쓸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매번 무엇을 쓸지부터 정해야 했기 때문이거든요. 그 결정을 2주마다 새로 하는 건 생각보다 지치는 일입니다.
범위를 미리 좁혀두면 그 결정이 사라집니다. 다음 글감을 찾는 게 아니라 정해둔 칸을 채우면 되니까요. 세 분 다 두 번째 글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정주영 님은 라이트룸 톤곡선으로, 구자용 님은 첫 글에서 추천했던 Termius를 직접 써본 후기로, 진한솔 님은 자바 정리로요. 무엇을 쓸지 다시 고민한 흔적이 없습니다.
이번 회차에서 가져갈 것
1. 무엇을 쓸지보다 무엇을 안 쓸지 먼저 정하기.
세 분의 첫 글이 전부 범위 선언이었습니다. "기술 블로그를 시작하겠다"는 너무 넓어서 두 번째 글에서 막힙니다. "내가 쓰는 도구 리뷰만 쓴다" 정도로 좁히면 다음 글이 자동으로 정해져요.
2. 잘 안 된 경우도 범위에 넣기.
진한솔 님의 목표 두 번째 줄에 "발생하는 오류 등 다양한 상황"이 들어 있습니다. 성공한 것만 쓰기로 하면 막힌 2주에는 쓸 게 없어지는데, 막힌 것도 쓰기로 해두면 공백이 안 생깁니다.
3. 만들려는 것에서 역산하기.
정주영 님은 사진이 취미라서 배운 게 아니라, 혼자 서비스를 만들려면 필요해서 배웁니다. 목표가 그 뒤에 있으면 중간에 그만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무엇에 쓰일지 한 줄로 적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4. 막힌 지점을 반드시 남기기.
구자용 님의 "영문 재학증명서는 반려되고 한글은 통과했다"는 한 줄은 공식 문서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사에 1~2주가 걸리니 이 정보를 모르면 그만큼을 날려요. 성공한 절차만 적으면 매뉴얼이 되지만, 막힌 지점까지 적으면 그때부터 남의 시간을 아껴주는 글이 됩니다.
5. 달성 기준을 낮고 분명하게 잡기.
"프로처럼 다루겠다"가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낫네라고 느낄 정도로". 기준이 높으면 3주 뒤에 좌절하고, 기준이 모호하면 언제 달성했는지 몰라서 흐지부지됩니다.
1기는 그로스로그의 첫 기수였습니다. 앞선 사례도, 정해진 형식도 없던 때예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읽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나서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그때는 알 수 없던 것을 지금은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완주하겠다는 다짐이 지켜졌는지, 6월에 라이트룸을 하겠다던 계획이 실제로 6월에 실행됐는지, 도구 리뷰를 쓰겠다던 사람이 정말 도구 리뷰를 이어갔는지. 전부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좋은 글 남겨주신 정주영 님, 구자용 님, 진한솔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무 전례도 없던 첫 기수에서 묵묵히 기록을 이어가주신 모든 1기 멤버분들께도요! 😊
다음 큐레이션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 에디터 · 성장일지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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