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고른 아이템과 팀이 끝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창업은 드뭅니다. 시장이 예상보다 작거나, 함께하던 사람과 방향이 달라지거나, 제품은 만들었지만 수익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음의 선택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다음 판단에 쓸 경험을 남기는 일입니다.
2026년 5월 16일 그로스라운지에서 열린 17차 그로스톡에서 이민경 님은 비개발자부터 1인 창업까지의 과정을 그로스로그 1기부터 4기까지의 경험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환경공학과 벤처경영을 공부한 비개발자가 컴퓨터과학을 배우고, 반려동물 건강 앱과 말하기 역량 강화 플랫폼을 준비하기까지의 선택을 차례로 살펴본 발표였습니다.
디카페인 초콜릿에서 IT 창업으로
이민경 님은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며 벤처경영을 복수전공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와 디카페인 초콜릿을 만들고, 청년 창업 지원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했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시험해 볼 수 있는 자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살펴볼수록 디카페인 초콜릿만으로 확장하기에는 대상 시장이 작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개발자를 팀에 합류시키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으며 IT 창업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첫 제품을 실패나 성공으로 단순히 나누기보다, 시장 규모와 팀 역량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팀이 달라져도 배움은 다음 선택에 남습니다
피벗 과정에서 공동창업자와의 비전 차이로 기존 팀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후 팀을 다시 꾸렸지만 구성원이 빠지고 새 사람이 합류하는 변화도 겪었습니다. 아이템뿐 아니라 함께 일할 사람과 목표를 맞추는 일이 창업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 과정이었습니다.
이민경 님은 개발 역량을 외부에만 맡기지 않기 위해 SeSAC의 AI 과정을 수료하고, 방송대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했습니다. Spring Boot를 독학하며 기획자가 개발의 언어와 구조를 이해하려고 했고, 여러 행사와 네트워킹에 참여해 팀원과 다음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그로스로그는 이 학습과 실행을 이어 가는 접점이었습니다. 방송대 학우들이 전공 공부와 프로젝트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 안에서 1기부터 4기까지 활동하며, 혼자 익힌 내용을 다른 사람의 질문과 경험에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 5월 16일, 발표를 함께 듣던 17차 그로스톡 참가자들
영수증 한 장을 진료 이력으로 바꾸는 촉촉한코 🐾
이런 준비 끝에 반려동물 건강 관리 앱 촉촉한코를 기획하고 개발해 2025년 9월 출시했습니다. 동물병원 영수증을 촬영하면 OCR이 글자를 추출하고, LLM이 내용을 구조화해 진료 이력으로 저장하는 흐름이 핵심입니다. 보호자가 병원 방문 기록을 다시 입력하는 수고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앱에는 진료 이력 자동 생성뿐 아니라 건강 상태를 사진과 그래프로 남기는 기록 기능, 일정 관리와 커뮤니티 기능도 담았습니다. 특히 만성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관리 항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입력부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사용자 흐름입니다. 영수증 촬영, 문자 추출, 정보 구조화와 기록 저장이 한 번의 경험으로 이어져야 보호자가 다음 진료에서도 지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만든 뒤에는 수익화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출시 뒤에는 문제의 크기와 사용 빈도, 반려동물 시장의 특성, 마케팅 방법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만들었다고 해도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앱의 유지보수를 이어 가면서 더 넓은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새 아이템을 함께 탐색했습니다. 하나를 바로 접고 다른 하나로 옮기기보다, 운영 중인 서비스와 다음 실험을 병행하는 선택입니다. 이민경 님은 발표 당시 개인사업자 데이비션의 촉촉한코를 운영하는 동시에 새 법인에서 다음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실험은 말하기 역량 강화 플랫폼 💬
새로운 아이템은 AI와 말하기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말하기 역량 강화 플랫폼입니다. 실제 상황처럼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팀원과 인턴이 함께 개발하고 있었으며, 발표 자료에서는 2026년 6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계획과 완료를 구분하는 태도입니다. 촉촉한코는 출시해 운영 중인 제품이었고, 말하기 플랫폼은 발표 시점에 개발 중인 다음 실험이었습니다. 두 상태를 나란히 놓으면 창업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운영, 검토와 재설계를 반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선명해집니다.
초기 창업에서 남은 것은 체력과 실행력입니다 🌱
이민경 님은 초기 창업을 이어 가며 체력, 꾸준함과 실행력의 중요성을 정리했습니다. 할 일이 많을수록 버틸 체력이 시간을 만들고, 고민만 이어 가기보다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실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경험입니다.
비개발자에서 개발을 배우고, 식품에서 IT로 옮겨 가고, 한 제품을 운영하면서 다음 제품을 준비한 과정에는 여러 번의 방향 수정이 있었습니다. 다음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면 완벽한 확신을 기다리기보다 확인할 가설을 작게 정하고 시장에 내놓아 보세요.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그 기록은 다음 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르는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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